새봄, 새 학기에 학교를 옮겼습니다. 4년 전에 일 년 동안 근무하던 학교라 편안한 마음으로 왔지만, 환경이 바뀌니 낯설고, 적응하는 동안은 긴장이 됩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며, 푸르른 양파와 보리를 보며 싱그러움을 느끼고, 시원스럽게 뻗은 백암산 대봉산 황석산 기백산 능선들을 바라보며, 푸른..
보석 같은 여러분들의 고운 얼굴을 떠올리며 새벽 일찍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원스레 뻗은 지리산 자락에 잔설(殘雪)들이 지리산 능선의 위용(偉容)을 자랑할 때 여러분들을 만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선생으로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러분들에게 고등학교 생..
일 년에 두 번 꽃이 핀다는 산수유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온몸 불사르듯, 마지막 정열과 사랑을 꽃피우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그리움은 꼬리를 물며 더 깊어가고, 나이가 들수록 그리운 사람들 얼굴이 가슴 가득 그려집니다. 오랜만에 김종길 시인님의 ‘성탄제’를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요즘 학교에서의 삶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열정 하나로 외골수처럼 살아오다 이것저것 부딪히면서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봅니다. 지난번에 나의 이런 심경을 중학교 때 영어를 담당하셨던 선생님 방에 올렸더니 선생님께서 아래와 같은 글을 주셨습니다. 이글을 대하면서 나의 모습..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지리산 능선에서 불붙은 단풍이 계곡을 향하여 줄달음 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런 저런 소소한 일들로 신경을 좀 쓴 것 같습니다. 신은 공평해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게 해주시고 평탄한 길속에서도 우리에게 시험을 허락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게..
지난여름은 너무나 무덥고 힘들었습니다. 사반세기 넘게 선생 노릇을 해오면서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바뀐 시대에 맞추어 살지 못하고 내 생각만을 너무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임과 의무보다는 권리만 너무 앞세우는 현실 앞에서 갑갑하고 답답했습니..
노계 박인로의 조홍시가(早紅柹歌)를 학생들과 같이 읽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어머니 생전에 집에 가니 뭐 필요한 것 없으시냐고 여쭈면 몸만 오라고 하시며, 밥솥에 밥이 있는데도 어머니는 새 밥을 지으셨습니다. 힘들게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 자식인데 우리 큰 ..
학교 주변을 둘러싼 연초록 이파리들이 시원스레 우리 눈을 씻어주고 아카시아 향긋한 향이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1학년 1반 스물의 소중한 인연을 만난 지 벌써 75일이 흘렀다.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어떤 인연들을 만날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를 하는데 올해 만난 너희들은 다른 해 보다 기대감이 더 컸었..
소신과 신념은 통찰력을 가질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북유럽 교육의 흉내내기나 무늬만 가져와서 우리교육에 덧바르는 것은 통찰력의 부재다. 북유럽과 우리나라는 대학에 대한 인식과 사회구조, 경제적 자원과 복지,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무엇보다 초·중·고의 교과교육 내용체계가 다른데 수업방식과 평..
철이 이르지만 학교 텃밭에 이것저것 심었습니다. 다른 분들 양파 심은 곳에는 잡초가 없는데 제가 심은 곳에는 정체 모를 잡초가 양파 심은 곳과 고랑에 무성히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심은 곳에만 씨가 날아올 리도 없고, 양파 심을 때 구멍을 너무 크게 뚫어서 그런가, 초보 농사꾼이라고 잡초까지 무시하는 건가,..
교원성과금 등급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은 불합리했다. 교육성과와 관련이 없고, 형평성을 위배하며, 교육정책 추종여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적절한 안이 되지 못했다. 교장·교감의 평가항목이 특히 그랬다. 평가지표에 대한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안은 관련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교장의 ..
밤새 봄눈이 내렸습니다. 봄눈 치고는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많이 내렸습니다. 사감 근무를 마치고 눈 내린 학교 주변 풍경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지인이 “들뜬 세상의 노래를 달래듯 다시 차분하게 덮어준 춘설,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 만은 않아...
교육부가 지난 12월, 무자격교장공모 신청 15% 제한을 없애고 전면확대 하겠다는 ‘교육공무원임용령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3월에 최종 결정한다고 발표하자 교원단체와 교원들의 묵은 갈등이 증폭되었다. 퇴직을 했기 망정이지 현직에 있었다면 서로 다른 민감한 반응에 직면하여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다. 경기..
요즘 문득 선생이라는 직업에 회의가 들 때가 많습니다. ‘나는 선생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학생들을 너무 다그치는 것은 아닌가?’ 시골에서 태어나서 기대를 받고 칭찬을 들으며 자라고 고향에서 선생 노릇하는 탓에 내 자신을 돌아 볼 기회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교육 환경을 탓하고 ..
알쓸신잡1에 출연했던 두 사람,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트위터 논란은 결국 Jtbc의 뉴스룸 직후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정재승이 트위터에서 유시민의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링크한 후 ‘유시민 선생님이(발언의 수위가 센데 비해)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적용되..
온 세상에 서설이 내린 지리산 자락의 능선들이 시원스레 뻗어내려 우리의 마음까지 후련하게 하고 있습니다. 신입생들에게 학교생활 안내를 하고 고등학교 공부에 기본이 되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수능 이후 수업이 없이 지내다가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을 보니 생기가 돌고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에게 ..
어쩌면 이런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현직에 있을 때 데이비드 버킹엄의 「미디어 교육」을 교내 연수자료로 택했다가 후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가르치는 일에 대해 교과서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곳이 교직이기 때..
며칠 전부터 불어 닥친 한파로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은 기분입니다. 지난 달 지진이 일어나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고 나서도 학생들이 무사히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겸허하게 성적을 받아들이고 저마다의 여건에 맞추어서 대학을 진학해야하..
“사회에서 써먹지도 못할 공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교과과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한마디로 압축된 이 문장을 한두 번 접한 것이 아니다. 주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표현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일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장진영의 <법은 밥이다>와 보도 섀퍼의 ..
지금까지 지도해왔던 내용들을 모아 ‘이황수와 함께 도전하는 국어 영역 만점’이라는 교재를 편집했습니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화법, 작문, 문법,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경제, 현대시, 고전시가, 현대 소설, 고전소설, 극문학, 수필 등 각 영역별로 작년 수능 문제와 올해 6월과 9월의 평가..